西太平洋快訊




국내배터리 기업들, 세계시장 점유율 급증

제2의 반도체산업, 경쟁적으로 설비확장에 나서

올들어 미국의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면서 주목을 받은 곳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확정한 LG화학이다. 같은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도, 심지어 악재가 겹쳐있는 SK이노베이션도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제2의 반도체가 될까. 세계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 국내기업들이 생산설비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설비확장에 나선 기업들

LG화학이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인근 가전 공장을 인수한다. LG화학의 폴란드 배터리 생산법인 브로츠와프 에너지는 지난달 28일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의 TV 조립공장을 매입했다. 공장 건물과 토지를 포함한 부지 면적은 22만3000㎡이며, 인수 가격은 3140만 달러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전기차 시장 팽창에 대비해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해왔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전년보다 55% 증가한 176GWh로 전망했다.

LG화학만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헝가리 코마롬 공장에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에는 2022년까지 약 8400억원 투자가 진행되고 모든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연간 7.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역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법인에 자동차 배터리라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5년 약 130GWh까지 확보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사업

설비확장은 그만큼 사업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내수침체 영향으로 중국 배터리업계의 점유율이 대폭 후퇴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 정부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에 따라 중국 내수 시장을 포기하고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했던 것이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출하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배터리3사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누계 시장점유율은 각각 22.9%, 5.1%, 2.8%이었다. 지난해 이들 3사가 기록한 점유율이 각각 9.0%, 3.9%, 1.2% 등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폭 상승한 수치다. 순위는 LG화학이 2위, 삼성SDI가 4위, SK이노베이션이 7위에 랭크됐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량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유럽·미국 등에 고르게 투자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했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의 장점으로 꼽힌다.

 

세계 배터리 시장

자동차 업계는 올해 전기차 세계 생산이 400만대를 넘어서면서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IHS)마켓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한다.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예측이 맞다면 2025년 169조원 시장을 내다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수준이 된다.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환경 트렌드와 꾸준한 기술 발전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간의 삼국 경쟁의 모습이다. 중국 시에이티엘(CATL)이 1위를 차지하고 일본 파나소닉과 엘지화학이 뒤를 잇고 있다. 그 외 중국 비야디와 삼성에스디아이가 5위권에 포함돼 있다. 후발주자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7~8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수준 높은 기술력, 그리고 까다로운 운영능력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이다. 2018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며 배터리에서 완성차까지 자체 생산을 선언했던 다이슨도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미 완성차들의 배터리 확보 전쟁은 치열하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 1위인 도요타와 배터리 산업을 가장 먼저 주도했던 파나소닉도 지난해 합작법인을 세웠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40년에 판매되는 승용차의 57%, 전 세계 승용차의 3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고, 새로 판매되는 시내버스의 전기차 비중은 8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쟁력

전기차 배터리는 셀(Cell)과 셀이 묶어진 모듈(Module), 그리고 다시 모듈을 묶은 팩(Pack)으로 구성된다. 전기차 가동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수천 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배터리 셀이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필요하고 이에 따라 배터리 셀을 여러 개 묶어서 모듈을 만든 다음 모듈을 다시 여러 개 묶어서 팩을 만들어 전기차에는 최종적으로 배터리가 하나의 팩 형태로 들어가게 된다. 경쟁력의 관건은 배터리 셀 성능보다는 모듈과 팩 기술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전기차에 최종적으로 탑재되는 형태는 팩 형태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팩을 슬림하게 만들 수 있다면 전기차의 디자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수율 제고는 문제

문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수율상승이다. 수율이란 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일컫는다. LG화학의 경우 폴란드 브로츠와프 생산 공장의 수율이 저조해 일부 완성차 납품에도 차질을 빚기도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 전기차 생산라인은 배터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장가동률도 낮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이 늘어난 물량 대응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되지만, 수율 상승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수익성문제는 여전하다. 현재 배터리시장은 과열 상태다. 산업 초기인 까닭에 복수의 기업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가격경쟁을 치르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탈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때문에 상당히 낮은 가격에 배터리가 납품되고 있는 상황인데 일부 기업의 공정에서는 수율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배터리 3사의 약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전기차 업계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 전기차 전문 제조사들과 공급 계약을 잇따라 맺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와 원통형 배터리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의 한 전기차 스타트업과 배터리 공급 협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한국 배터리를 선택한 것은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 전략도 국내 배터리 3사에 힘을 실었다. 폭스바겐그룹은 2019년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를 모두 공급받기로 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아우디 전기차 E-트론,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등의 신규 공급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를 독점공급받던 미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LG화학의 배터리를 납품받는다.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특히 미국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국면을 맞게 된 SK이노베이션은 현지 판로개척을 위해서라도 LG화학과의 협상을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내연기관차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늦어도 2040년 이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할 정도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로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수주전도 숨 가쁘다. 국내 3개 기업의 수주 잔고는 2020년 1월 현재 200조원을 넘겼다. 아직은 제2의 반도체 목표가 순항 중인 셈이다.